입대를 앞둔 나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배웅 오지 않길 간절히 바랬다.
추잡하게 눈물을 보이진 않을까 하는걱정은 둘째로 하더라도, 그들의 배웅이 절대 나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난 어쩌면 그 어쩌지 못할 무기력함을 받아들이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306보충대 앞의 끔찍한 제육볶음을 먹는것도친구들과 헤어지기전 마지막 한 까치의 담배도, 입대라는 절대적 명제를 바꿀순 없었다. 그것들이 주는 작은 위안은 날 더 무기력하게 집어 삼킬뿐. 어쩌면 난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적이 일어나길 바랬는지도.
306 보충대에서는 입영장병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장기자랑 비슷한 '입영 문화제'라는것을 했다. 그것은 절대 위안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배려와 친절함 뒤에 입영후 바뀌게될 그들의 표정이 묘하게 상상이 되어 극적인 대비감을 주었다. 부대앞 상인들은 입영장병 필수품이라며, 깔창, 손톱깎이 등등을 사라고 권유했고, 우리는 호구마냥 그것들을 한두개씩 챙겼다. 근데 그거 아는가? 왠만한건 다 보급품으로 주더라.
모자(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메신저백(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웻셔츠(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손톱깎이세트( 쓰리쎄븐 TS-79C)
